//기록 보고서#A-1//A.T. 7553//코드 : 용의 예언
//블루 승인//리코더 - R.C.
//주요 임무 : 알게리아[리나이스 행성/리반 004 시스템]에 침입한 시안의 위협 식별, 그에 대한 대응 및 저지
//임무 완료. 시간 영향 평가 : 없음>>> 대체 현실
//요원 상황 보고 : 시안 전송 속성 미확인 / 시안 요원 체포 실패
// 잠재 위험 요인 레벨 1>> 불안정화 및 영향 시도 : 시안이 조종하는 밀야핀은 자신들이 이 대체 현실을 구하려 하는 것인 반면 에이전시는 용의 공격으로 대체 현실을 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함. 명백한 사실의 왜곡임.
// 잠재 위험 요인 레벨 2>> 정신 조작 시도가 의심되는 발언 - 요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김. 따라서 임무에 참여한 요원들에 대한 정신-심리 치료 시행. 후유증 : 없음
// 잠재 위험 요인 레벨 3>> 양자 물체 판매를 시도했던 시간 밀매상 확인 (기밀 사항)
13:26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이 에이전시 로고 홀로그램 아래에 서있는 밥에게 향했습니다. 20분 전까지 시간 여행 장치에 있었던 요원들은 의례적인 상황 보고를 하기 전까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요원들의 얼굴은 이제 막 런을 끝낸 티가 나며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그리고 교육적인 목적으로 나는 제군들에게 녹화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밥이 말을 이어갑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감독 CP를 통해 경험한 제군들의 런 마지막 몇 분이다.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지적하려는 목적보다는 제군들에게 때때로 상황은 우리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밥은 영상 실행을 지시합니다. 회의실은 어두워집니다. 맨 뒷줄에 앉은 요원은 아직 전송의 후유증으로 종이 가방에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홀로그램 전송 - 12:11
감독 CP는 전송 실과 큰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방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밥, 콰르테스, 론 교수는 몇몇 기술자, 컨소시엄 임원들과 함께 임무 수행 중인 요원들의 신경 기록이 나타나는 화면 앞에 모여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모두가 상당히 당황한 모습입니다.
화면은 수많은 간섭으로 영상조차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있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7553 AT로 파견된 요원들과의 교신마저 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참관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방안을 서성대거나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화면 아래 키보드에 분주하게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습니다. 전송실에서는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이 어마어마하군." 오슬로 브란 론이 말합니다. "시간 루프홀이 너무 커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느껴질 정도일세." "사실 이 전자기 에너지의 근원은 우리 세상에 존재합니다." 설명을 이어가는 로라의 삼차원 영상마저 불안정해집니다. "대체 현실과 우리 세계 사이에 양자 터널이 형성되었어요. 이를 통해 연결된 상태입니다."
"최고네요!" 밥이 소리칩니다. "물리학적인 설명 아주 고맙군. 그러는 동안 우리 요원들은 저기에 갇혀있다고! 그들을 잃게 될지도 몰라!"
깊은 생각에 잠긴 론 교수도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컨소시엄 임원들은 서로 일단 임무를 중지하고 요원들을 데려와야 하는게 낫지 않겠냐며 속삭입니다.
디어드레 콰르테스가 모두 조용히 하라며 말합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전송을 중단시킨다면 요원들의 의식을 되돌리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시간대와의 접점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간대와 양자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접점에 개입하게 되면 타임 라인에 변형이 생길지도 모르며,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7553 AT에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임무 완수가 가장 중요합니다." 컨소시엄의 임원이 말합니다.
밥은 콰르테스의 홀로그램 콘솔을 살펴보고 콰르테스에게 말합니다. "요원들의 TU는 8분 안에 0으로 떨어질 겁니다!" 밥은 소리칩니다. "전송 시점까지 계속 교신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우리 요원들은 단세포 지능을 가진 식물인간이 되어버릴 거라고요! 누구 할 말 있는 사람 있습니까?"
"그들에게 시간 변류기를 보내보도록 하죠." 콰르테스가 제안합니다. "오슬로 교수님, 시제품은 안정적이죠? 변류기가 있다면 우리 요원들이 임무를 완수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혼란에 빠진 임원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설명합니다. "변류기는 런을 진행하는 요원들의 전송 지속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유물함을 사용하면 시간을 거슬러 물건을 전달할 수 있어요. 유물함을 준비하고 또 다른 요원을 파견해 변류기를 요원들에게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너무 위험해." 나이 든 과학자는 과장 섞인 몸짓을 하며 대답합니다. "유물함은 아직 실험적인 기술이라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또 다른 요원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지도 몰라."
"실험적이긴 하지만 이미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콰르테스가 대답합니다.
"선택의 여지도 없고요." 밥이 거듭니다.
"결합율은 29%입니다." 로라가 말합니다.
"29%! 끝날 때쯤엔 우리 요원들은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갈 상태가 될 거라고!" 밥이 전송실이 보이는 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합니다.
"임무를 중단시킬 요원을 보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변류기를 전달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할 거라고." 론 교수가 말합니다. "무엇보다 대체 현실일 뿐이잖아. 이 임무가 그리 중요한 건가?"
"이번 임무의 중요성은 이미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사안입니다, 오슬로! 결론은 명확해요." 디어드레 콰르테스는 자신의 하얀 망토를 펼치며 중앙의 자리에 앉습니다. "로라, 우리의 개입 여부에 따른 영향률과 요원들의 안전성에 대한 예측 결과를 부탁해."
"임무 중단에 따른 현장의 팀에 대한 위험성은 없습니다." 로라의 얼굴이 잠시 픽셀화 됩니다. "요원들이 변류기를 받게 되면, 전송 성공 확률은 87%에 가까워집니다. 밀야핀 제압을 포기한다면 영향률도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이번만큼은 영향률에 대해 신경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콰르테스가 말합니다. "오슬로, 변류기를 가져오시고 유물함을 준비해주세요." 론 교수는 밖으로 나가고 콰르테스가 계속 지시를 합니다. "라조브스키에게 여기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지금 당장!"
[크로니클력 6월] [주제 - 용의 예언, '영상 상영' 이후]
밥은 요원들의 술렁임을 무시하고 잠시 후 다시 조명이 꺼집니다. 컨소시엄 회의실 화면에 영상이 투영됩니다. 해상도가 좋지 않은 것을 보면 회의실 탁자 위에 놓인 드론이 촬영한 영상으로 보입니다. 밥은 몇 초 머뭇거리다가 팔짱을 낀 채 자리에 앉고 영상은 이어집니다. 다음 문자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 크로니클#TZ-7553-MC-164//샘
약간의 중력 변화가 생기며 이사회 회원들 앞에 놓인 잔에 담긴 음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컨소시엄의 대표자인 론 교수와 콰르테스는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긴장감은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7553 AT로 파견되었던 요원들은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몇 분 전까지 이곳을 지배했던 공포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음... 이번에도 어려웠어요." 디어드레 콰르테스가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고 기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말과 함께 만족스러운 속삭임이 탁자에 둘러앉은 이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맴돌았습니다. 길텍 대표가 잔을 높이 들며 말합니다. "제대로 해냈군, 콰르테스. 적절한 때에 정확한 판단을 했어!"
론 교수는 합성 샴페인을 입으로 가져가지만, 마시지는 않습니다. 그는 제어 화면 한 쪽에 나타난 밥의 모습을 보며 심취해 있습니다. 화면 속의 밥은 아무도 없는 전송실에서 홀로 최종 보고서를 홀로패드로 작성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리고 기뻐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더 이상은 존재하지도 않을지 모를 세계에서, 천 마리의 용들이 알게리아에 불을 지르게 되었군..."
작은 목소리였지만, 모든 사람들은 순간 침묵에 빠졌습니다. 이사회 회원들은 후드 아래로 서로 쳐다보기만 합니다. 콰르테스는 눈살을 찌푸립니다.
"오슬로 교수님, 그 문제로 다시 토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콰르테스는 한숨을 내쉽니다. "아시겠지요?"
"친애하는 디어드레, 우리의 결정은 물론 합당한 결정이었네... 하지만 한 세계의 종말을 축하하고 있는 우리 모습이 불편한 건 사실이구먼. 그 세계는, 대체 현실 속 세계일지라도 종말을 피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네."
"하지만 교수님," 콰르테스가 볼멘소리로 말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곳은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대체 현실일 뿐이에요. 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요."
로라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2455년에 제시된 최초의 브란 론 이론에 따르면, 실제로 대체 현실의 타임 라인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 에코 원리를 제시합니다. 과학계에서는 평행 세계로 불리던 이것의 존재를 밝혀내며 대체 현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로라, 그쯤 해두게.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론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합니다.
"그리고 이 평행 세계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잘 아시잖아요." 콰르테스가 끼어듭니다. "누군가 끔찍한 대전쟁, 세상의 종말, 소리 없는 소멸 따위를 원하든 그렇지 않든, 결과는 같습니다. AT는 그 자체로 불안정한 세계에요!"
콰르테스는 자신의 말이 조금 가혹했다는 생각에 탁자를 돌아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의 나이 든 동료 옆에 앉습니다. 론은 비통하고 가여운 표정으로 앉아있습니다.
"그래, 허상에 불과해... 대체 현실일 뿐이지... 하지만 그 세계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잖나." 론이 침착하게 대답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 신념을 가지고 있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어.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그 세계는 현실 그 자체라고.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불완전함에 대해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그들의 끔찍한 운명을 바탕으로 신화, 신, 예언 등을 상상해내기에 이르렀지. 마치 우리처럼 말이야. 그리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자신들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에게 그릇된 희망을 심어준 건 시안 녀석들입니다, 론 교수님." 대기업 SUN에 소속된 이사회 회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지켜만 본다면 우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간 오류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 자명합니다. 차원 간의 교류는 다공성으로 이어지고 차원 붕괴라는 결말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AT의 증식과 시간 오류 발생이 타키온 삽입 기술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마세요."
"타키온 삽입으로 인한 시간 오류가 두렵기는 한 건가? 차라리 예전 웜홀의 진실성이 더 무섭다고 하지그래? 관두지." 론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나는 우리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게 아닐세. 나는 단지 우리가 가져야 할 책임감에 약간의 인간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라고. 흠..."
피로감에 짓눌려 주저앉은 콰르테스를 잠시 바라본 론 교수는 회의실을 떠납니다.
잠시 후 회의실에는 세 명의 이사회 회원과 사실상 아무도 손 대지 않은 안경만이 남아있습니다. SUN 소속의 이사회 회원은 자신의 얼굴 가리개를 들어 올리고 장갑을 끼며 말합니다. "여러분, 론 교수와 우리들 사이에서 항상 논쟁이 반복되는군요. 개인적으로 실망감이 커져만 갑니다."
"지극히 공감합니다." 길텍이 말합니다. "하지만 론 교수는 컨소시엄의 원년 멤버입니다. 그의 경험과 지식은 가치를 따질 수 없죠."
"초기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 에이전시도 상당한 경험을 쌓았고 다른 과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있잖아요. 이를테면 인공지능인 로라라던가..."
"론 교수를 내친다면 콰르테스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군요. 철학적인 관점에서 견해 차이는 있을지언정 둘은 매우 가까운 사이거든요."
"보안 측면에서 교수는 우리에게 큰 위험요소입니다." 지금까지는 잠자코 있던 프로메튬 소속의 이사회 회원이 중얼거립니다. "우선 이사회 명예 회원으로서 그는 대부분의 표준 감시 프로토콜에서 면제됩니다. 또한 S.S.U.가 추적할 수 없는 이동 수단으로 이곳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도 있고요..."
"음! 우리 모두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아무도 이곳의 좌표를 모릅니다. A.I.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 이곳에는 은하계에서 가장 큰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콰르테스 조차 모르는 그런 비밀들이죠."
"게다가...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슬로 론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키 작은 회원이 쓴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는 손을 들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문을 향해 다가갑니다.
나머지 두 명의 회원은 그를 지켜봅니다. 그는 자신의 후드를 젖히고 긴 목을 드러냅니다. 중력의 영향이 적은 환경에서 자란 인간의 특성... 그는 문을 열고 복도 좌우를 살펴봅니다.
"누군가 엿듣고 있었던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이 프로토콜 로봇 샘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아무도 없었을지도 몰라요."
화면이 꺼지며 갑자기 조명이 켜집니다. 요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밥은 여전히 무표정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