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보고서#B-7//1914//코드 : 인듀어런스 탐험대
//블루 승인//리코더 - R.C.
//주요 임무 : 남극 대륙 탐사선에 발생한 시간 균열을 조사하고 봉쇄
//부가 임무 : 균열의 특성 파악 / 유발 요인 파악 및 시안의 개입 여부 확인
//임무 평가 :만족//시간 영향률: 88~97%
//경계 및 보안 관련 사항 : 타키온 삽입 복잡도 높음 / 불안정한 창 / 초자연적 존재의 등장 / 시안 또는 엘로이스의 개입 가능성 있음 / 젤에 갇혀있던 존재 // 분석 지속 중//ISO9M/AD5//
기술자들은 요원이 시간 여행 장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 멀리서 밥은 시금치 한 접시를 대접받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냄새가 너무 고약한 나머지 모두가 구역질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몸서리치며 신음소리를 냅니다. 청소부들도 입구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들의 여과 마스크마저도 전송실에 퍼져있는 끔찍한 악취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밥은 이 상황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토할 것 같다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립니다.
시간 균열을 봉인하는 동안 녹색 젤이 생성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 정도였던 적은 없습니다. 요원들은 말 그대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십여 명의 실험실 연구원들은 그 섬뜩한 물건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긁어모으기로 결심한 듯 채취합니다. 그들은 흥분해서 거의 서로 넘어지고 있고 밥은 누군가가 그의 콘솔에 부딪칠 때마다 소리를 지릅니다. "조심하라고! 젠장! 이 물건의 가격은 꽤 비싸다니까. 그리고 당신이 케이블에 걸려 넘어져서 우리 자료가 소실되면 컨소시엄으로부터 깨지는 사람은 나니까!"
주변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정비 직원, 연구소 분석가, 보안 요원, 컨소시엄 관찰자 이외에도 4기의 신경 설계 사이보그들이 여전히 기진맥진한 요원들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아무도 감히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밥 또한 커다란 사이보그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밥도 가끔 사이보그 안에 인간으로서의 무언가가 아직 남아있긴 한 건지 하는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이보그들의 가녀린 형체가 녹색 물질에 뒤덮인 요원들에게 기울어지며, 그들의 등에서 십여 개의 반투평 필라멘트가 뻗쳐 나옵니다. 이 탐침들은 깊은 잠에 빠진 요원들의 두개골 내 대뇌 피질을 재구성하기 위해, 요원들의 머리를 향합니다.
"해야만 해, 칼라비치." 조심스레 밥에게 다가온 콰르테스 국장이 속삭입니다. "이번 임무는 특히 충격적이었다고. 우리가 그들의 기억을 조작하지 않으면 요원들을 전부 잃게 될지도 몰라." 밥은 혐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립니다.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계속 말합니다. "저들은 우리 편이라고. 신경 설계 사이보그는 요원들에게 사전에 녹화해두었던 자네의 임무 정리 영상을 심어주고 있는 거야."
밥도 마냥 순진한 사람은 아닙니다. 밥은 자신이 여기에서 아무런 할 일이 없다는 것과, 콰르테스 또한 자신이 이 주변에 있지 않길 바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밥은 콰르테스에게 별다른 말대꾸도 하지 않고 악취가 가득한 전송실을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전송실에서 나오던 밥은 에이전시와 요원들의 계약서 내용 중에 '기억 및 신경 세포의 무결성에 대한 권리'와 관련된 조항은 없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밥은 전송실을 나오며 T.I.O. 드로이드 본체를 손으로 내려칩니다. T.I.O.는 거의 바닥에 부딪힐 뻔하다가 다시 겨우 중심을 잡고 떠오릅니다. 밥은 T.I.O.를 기록보관실로 가져가서 저장용 캐비닛의 플러그에 연결해버립니다. T.I.O.는 고맙다는 듯 부르르 떨더니 꺼져버립니다.
밥은 자신의 충직했던 로봇을 떠올립니다. 좋은 로봇이었던 샘은 어제, 바로 이번 임무가 시작할 때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샘은 계속해서 데이터 큐브들 중 몇 개가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정비 요원이 샘을 가져가버렸고 그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기록보관실을 나서며, 칼라비치는 정비실에 들렀습니다. 하지만 샘은 그곳에도 없었습니다. 회수되어 수리한 로봇 목록을 살펴보았지만 샘의 이름은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규정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이사회나 S.S.U.에 속한 자들 뿐입니다. 순간 밥의 머리에는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밥은 빠르게 에이전시의 복도를 지나 실험&개발 연구실에 들어섰습니다. 철로 만들어진 문 앞에서 멈춘 그는 인터콤 앞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작은 체구의 남자가 나와 문을 열어줍니다. 문 앞에 서있는 샘을 알아본 론 교수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집니다. 론 교수의 날카로운 녹색 눈빛에 사로잡힌 밥은 잠시 이곳에 온 이유를 잊어버립니다.
"밥,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다니! 깜짝 놀랐잖나." 론 교수는 밥을 기계와 프로젝트가 가득한 자신의 광활한 연구실로 안내합니다. 밥은 여기저기 놓여있는 프로토타입과 실험체 사이로 익숙하게 걸어가는 론 교수를 조심스럽게 따라갑니다. 그리고 밥은 잡동사니 사이에서 발전기 위에 걸려있는 샘을 발견합니다. 론은 장비를 집어 들고 샘의 본체에 있는 다양한 서킷을 다시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샘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죠."
"역시 자네는 감이 좋다니까, 밥." 오슬로 B. 론은 샘의 본체 배부 기판을 살펴보며 가볍게 말합니다. "내가 방금 우리의 친구 샘을 정비실에서 구해왔다네. 내가 얼굴도 본 적 없는 기술자 몇 명이 샘을 분해하려 하고 있더라니까. 아마 컨소시엄 비밀 보안 부대인 S.S.U.의 하수인들이겠지. 틀림없을 거야. 우리의 좋은 친구 AE7 모델에 대한 메모도 볼 수 있었지. 정보가 새어나갔다, 임무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던가 하는 내용이 적혀있더군. 컨소시엄이 싫어할 만 하지." 책상 위의 조명이 빛나며 교수의 흰 머리카락을 강청색으로 물들입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 수리가 모두 끝났다는 듯 용접 도구를 작업대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즉시, 샘이 깨어납니다. 샘은 "데이터 큐브가 사라졌습니다! 데이터 큐브가 사라졌습니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공중을 떠다닙니다.
"SAM AE7 / 코드 22G61RONN / #Quanticcube / 낮은 우선순위 / 보안!" 론이 외치는 프로그래밍 문장을 들은 샘은 진정합니다. 론은 즉시 샘의 인지 영역에서 장기 기억 키를 꺼냅니다.
"불쌍한 샘은 몇 차례의 프로그래밍을 겪었지. 나의 프로그래밍, 이사회의 프로그래밍, 그리고 아마도 컨소시엄의 프로그래밍까지. 그 결과 수도 없이 동기 충돌 현상이 발생했을 테고 결국 샘의 운영체제가 아마 녹아버렸던 것 같아."
"샘이 말하던 데이터 큐브가 양자 큐브입니까?" 밥은 별로 관심 없는 내용에 대해 묻는다는 듯 질문합니다. "요원들이 최근의 임무에서 가져온 큐브들 말이에요. 맞죠?"
론은 한눈에 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챕니다. "음... 복잡한 일이라서 자네는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할걸세, 로버트." 론은 다소 도발적인 말을 빠르게 이어갑니다. "우리가 전송 도중에 녹색 젤이 생성되는 장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세. 우리가 시간에 개입하며 꾸준히 일어났던 현상이지. 우린 그것을 '정체된 젤'이라 부른다네. 더 나은 표현을 찾을 길이 없더군. 이 물질은 시간이... 잘못 다루어졌을 때 나타나곤 한다네. 임무 도중에 발견되는 큐브들도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네. '타키온 삽입' 실험 초기에 우리는 정말로 많은 양의... 기이한 잔해들을 생성해내곤 했었지..." 혼란에 빠진듯한 밥을 보며 교수는 다시 말합니다. "요원의 정신이 그가 속한 타임라인 외부에 존재하게 될 때, 의도하지 않은 유기 반응이 일어나지. 정체된 젤은 그중 하나야. 하지만 그것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나타나 우리를 괴롭힌다네. 그래서 내가 그것들을 담아둘 큐브를 고안해냈지."
"오, 이제 알겠군요!" 밥이 외칩니다. "여행 갈 때 여행지를 보호하기 위한 쓰레기봉투 같은 개념이군요. 우리가 방문했던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이 큐브들은 전송 과정에서 생성된다네. 그것을 사용하면 잔해의 과도한 생성을 방지할 수 있지.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아직 우리가 100% 확실할 수는 없는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네. 또한 큐브는 시간 여행 도중 생성되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축적한다네. 우리는 그것을 거의 해석하지 못하고 있고. 나는 이 큐브들이 컨소시엄의 손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내게서 빼앗아가 버렸어..."
“아... 알겠습니다." 칼라비치는 자신의 벗어진 머리를 격하게 문지르며 중얼거립니다.